중국에는 고대부터 문인들이 예찬을 아끼지 않던 5개의 명산을 오악(五嶽)이라고 부른다. 각각의 산은 방위에 따라서 동악, 서악, 남악, 북악, 중악으로 불렸다. 오악산은 여전히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명소로 거듭나고 있다.
남악 형산(南嶽衡山)
후난시 헝산(형산)시에 위치한 형산은 높이는 1,290m로 5악 중에 가장 낮지만, 한 폭의 산수화처럼 봉우리가 넓게 퍼져있어 산세가 수려하다. 게다가 연중 온난한 기후 덕분에 식생이 풍부하여 5악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산으로 꼽힌다. 그래서 예부터 많은 문인들이 형산을 '오악독수(5악 중 가장 수려하다)'라고 불렀다.
화산과는 다르게 등산이 어렵지는 않기 때문에 비교적 부담없이 등산을 할 수 있는 산이다. 그래서인지 등산을 하다보면 구두를 신고 올라가는 중국인 관광객들도 종종 눈에 띄인다. 버스나 케이블카를 통해 쉽게 남천문까지 오를 수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형산에서 반드시 가봐야 할 장소를 꼽는다면, 역대 황제들이 제사를 올리던 '남악대묘(南嶽大廟)'이다. 불교, 도교, 및 유교가 복합적으로 섞인 사당으로, 역사적으로 총 18번의 개조를 거쳐 현재의 모습을 하게 되었다. 그 만큼 규모가 크고 외관상 베이징의 자금성과 비슷하기 때문에 '강남제일묘'라고 불리기도 한다.
형산이 위치한 후난성은 인근 주변에 아름다운 산이 많다. 남쪽으로 내려가면 구이린의 계림이 존재하고, 서북쪽에는 한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장가계가 있다. 또한 동쪽으로는 최근 관광객이 몰리는 랑산까지. 트래킹 매니아들에게는 천국과도 같은 곳이다. 만약 형산을 여행한다면 인근의 다른 산들과 연계하여 코스를 짜는 편이 좋다.
북악 항산(北嶽 恒山)
산서성 훈위안현에 위치한 항산은 높이가 2,017m로 오악산 중에서 가장 높이가 높다. 중국의 산시성과 허베이성을 가로지르는 타이항 산맥에 위치하고 있으며, 그래서 많은 여행 책자에는 클 태(太)자를 써서 태항산(太恒山)으로 소개하고 있다.
항산은 예부터 산세가 험해 북방 이민족을 막는 군사적 요새의 역할을 담당해왔다. 항산을 비유하는 표현 중에 '절새명산(絶塞名山)'이라는 표현이 있는데, 깍아지르는 요새의 명산이라는 의미이다. 그래서 중국 역사적으로도 이 항산에서 전쟁을 치룬 황제만 해도 스무 명이 넘는다.
항산의 명소는 하늘에 걸려있는 사찰이라는 이름의 '현공사(悬空寺)'이다. 절벽 한가운데 마치 매달려 있는 듯한 모양으로 세워진 현공사는 세계 10대 불가사의 건축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중국에서는 항산은 몰라도 현공사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이다.
뿐만 아니라 항산 인근에는 중국 3대 석굴인 운강석굴(雲崗石窟)이 있다. (나머지는 용문석굴, 둔황석굴이다) 5세기부터 세워지기 시작한 운강석굴은 석굴의 수만 250여개가 넘고, 석상은 5만여개나 된다. 그래서 중국 불교미술의 정수를 확인할 수 있는 여행지로 꼽힌다.
중악 숭산 (中嶽嵩山)
허난성 덩펑시에 위치한 숭산은 높이 1,494m의 산으로 5악 중에 지리적으로 가운데에 위치한 산이다. 중국의 유구한 중원문화의 중심지에 위치해 있어, 많은 문인들이 거쳐간 곳이며 여러 사상과 종교가 태동한 발상지이기도 하다. 이러한 상징성으로 인해 숭산은 1982년 정부에 의해 처음으로 국가급 풍경명승구에 꼽히기도 했다.
숭산은 야외 지질박물관이라고 불릴 정도로 다양한 지질 변화를 볼 수 있는 산이다. 태고대부터 원고대, 고생대부터 신생대에 이르기까지 다섯 시대의 지층을 한곳에서 완벽하게, 몹시 선명하게 보존되어 지질학적 가치가 매우 높다. 이러한 가치를 인정받아 2004년에는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지질공원에 등재되기도 하였다.
하지만 숭산이 유명한 이유는 이 곳에 중국 '소림사'가 있기 때문이다. 소림사는 무협지나 중국 영화에서 자주 등장하는 중국 무술의 본산으로, 숭산에 가면 엄청난 규모의 무술 학교를 구경할 수 있다. 하지만 소림사 역시 지나치게 상업화 되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소림사에서 무술 공연은 물론 쇼핑몰과 숙박업소까지 운영하는 모습을 보면 마치 거대한 관광타운에 온 듯한 느낌을 받는다.
숭산 인근의 여행지로는 중원 문화를 느낄 수 있는 곳들을 추천한다. 시안과 함께 중국의 2대 고도로 불리는 낙양, 중국 4대 고성 중에 하나인 핑야오 고성, 황하 중류에 위치한 후커우 폭포 등이 함께 여행하기 좋은 곳들이다.
[관련 포스팅 함께 보기]
중국 오악산 소개(2) : 형산, 항산, 숭산
'중국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창사 황화 국제공항 이모저모 (사진 다수) (0) | 2021.08.02 |
---|---|
류저우, 외딴 유배지에서 친환경 미래 도시로 (0) | 2021.08.01 |
중국 오악산 소개 (1) : 태산, 화산 (0) | 2021.07.08 |
베이징의 황가원림 (2) - 정의원(향산), 정명원(옥천산) (0) | 2021.07.02 |
베이징의 황가원림 (1) - 창춘원, 이화원, 원명원 (0) | 2021.06.20 |
최근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