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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년 8월 15일,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철수 이후 지속되었던 탈레반의 아프가니스탄 공세 끝에 가니 대통령이 항복을 선언하였다.

 

 이로써 아프가니스탄은 다시 이슬람 무장 단체인 탈레반의 영향력에 속하게 되었다. 탈레반의 아프가니스탄 점령이 미칠 파장에 대해서는 여러 전문가들의 의견이 분분하지만, 공통적인 견해 중 하나는 아프가니스탄과 와칸 회랑을 두고 국경을 맞대고 있는 중국의 입장이 난처해졌다는 점이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탈레반의 아프간 점령이 중국과 어떤 의미가 있는지와 현재 탈레반에 대한 중국 정부의 입장, 그리고 향후 중국-탈레반의 관계가 어떻게 전개될 지 소개해보고자 한다.

 


탈레반의 아프간 점령에 중국이 긴장하는 이유

 많은 사람들이 잘 모르는 사실 중에 하나가 중국과 아프가니스탄이 국경을 맞대고 있다는 점이다. 그도 그럴것이 양국의 국경선은 독특하게 연결되어 있다. 아프간 지도를 보면 송곳이 튀어나온 것처럼 폭이 좁고 길다란 영토가 북동쪽으로 툭 튀어나와 있다. 이를 지리학에서는 '회랑'이라고 부른다. 

 

[와칸회랑]

 

 아프간 지도 속의 회랑의 이름은 '와칸회랑'이다. 와칸회랑은 열강들의 세력 다툼의 산물로 생겼다. 제국주의 시절 인도를 지배하던 대영제국은 러시아 제국의 남하를 막기 위해 아프가니스탄과 협약을 맺어 현재와 같은 기이한 형태의 국경선을 설정하였다. 지도를 보면 와칸회랑은 파키스탄(당시 영국)중앙아시아(당시 러시아)를 가로지르며 완충지대 역할을 하고 있다.

 

 와칸회랑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회랑은 열강, 그 중에서도 해가 지지 않는 나라로 불리던 대영제국에 의해 생겨난 경우가 많다. 그래서 일부 누리꾼들은 '세계지도에 의문이 드는 영역이 있다면, 영국을 보라'라는 우스갯 소리까지 할 정도이다.

 

 와칸회랑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아래의 포스팅을 참고하자. 

 

고선지 장군의 원정로였던 와칸 회랑(Wakhan Corridor)

이 번 글은 타지키스탄, 중국, 파키스탄 세 나라 사이로 좁고 길게 뻗어 있는 와칸 회랑에 대한 역사지리적...

blog.naver.com

 

중요한 점은 와칸회랑의 끝부분이 중국과 맞닿아 있다는 점이다. 그것도 중국 내에서 가장 반정부적이면서 중앙의 통치력이 약한 신장 위그루 지역과 맞닿아 있다. 신장 위그루 지역은 중국에서 가장 늦게 병합된 지역(1884년)으로, 중앙의 베이징과는 여러모로 다른 특색을 띄고 있다

 

 우선 인종부터 위그루 인들은 투르크계 민족으로 한족의 다수 중국인과는 큰 차이가 있다. 또한 위그루 족의 종교 역시 이슬람교로 공식적으로는 종교를 인정하지 않는 사회주의와는 어울리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중국 정부의 강력한 통제에도 불구하고 신장 위그루는 여전히 독립 움직임이 거센 지역이다. 

 

[위그루족] 생김새부터 한족과 차이가 있다

 

 그러다보니 중국 정부는 이번 탈레반의 아프간 점령이 신장 지역의 독립운동에 도화선이 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이미 위그루에는 ETIM(동투르키스탄 이슬람운동, Eastern Turkistan Islamic Movement)이라는 테러단체가 활동하고 있는 상황이다. 만약 탈레반이 같은 이슬람 단체인 ETIM을 지지한다면 중국에게는 커다란 안보위협이 될 수 있다. 

 

* 신장 위그루 지역은 투르크계 민족이 최대 소수민족이기 때문에, 동투르키스탄 공화국 건설을 목표로 독립운동을 벌이고 있다. 

 

ETIM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아래 기사를 참고하자

 

쿤밍역 ‘12분 칼부림’에 170여명 사상… 兩會 앞둔 中 패닉

중국 남부 윈난(雲南) 성 쿤밍(昆明) 시에서 무차별 칼부림 테러가 발생해 최소 170여 명이 죽거나 다쳤다. 중국 최대 정치 이벤트인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

www.donga.com

 

탈레반에 대한 중국 정부의 입장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을 점령하기도 전인 2021년 7월 28일, 중국의 외교부장인 왕이 부장은 탈레반의 2인자인 압둘 가니 바라다르를 천진(天津)으로 초대하여 회담을 벌였다. 회담에서 왕이 부장은 아프가니스탄의 내정에 간섭하지 않겠다며 탈레반의 정당성을 인정하면서도, 탈레반이 ETIM 등의 테러단체와 완전 결별할 것을 촉구하였다. 

 

[탈레반 - 중국 회담]

 

회담 이후에도 중국은 탈레반을 지지하는 듯한 외교적 언사를 반복하며 '포용 정책'은 지속하고 있다. 중국이 탈레반과 협력관계를 유지하려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이다.

 

가장 핵심적인 이유는 위그루 독립운동 세력을 견제하기 위함이다. 사실 탈레반의 다수를 차지하는 민족은 아프가니스탄의 주류 민족인 파슈툰 족으로 신장 지역의 위그루 족(투르크 계열)과는 차이가 있다. 하지만 소수이긴해도 탈레반 안에는 투르크 족들이 있으며, 탈레반이나 ETIM이나 종교적으로는 모두 수니파라 꽤나 밀접한 관계이다. 그렇기 때문에 중국은 선제적으로 위그루 독립 세력을 고립시키기 위해 탈레반을 지원하는 것이다.

 

동투르키스탄 공화국을 꿈꾸는 ETIM

 

두 번째는 일대일로 정책을 통한 아프가니스탄 내 영향력 강화이다. '일대일로(一带一路)'란 주변국가에 도로 및 인프라(SOC) 건설을 지원하면서 경제, 무역 관계를 확장시키는 중국의 대외 전략이다. 특히 중국의 동쪽은 미국을 비롯한 미국의 우방국(한국, 일본, 대만, 호주 등)으로 막혀 진출이 어렵기 때문에, 중앙아시아와 중동을 통한 서쪽으로의 진출을 전략적으로 중요시한다. 

 

그렇기 때문에 중국에게 있어 중동으로 가는 길목에 위치한 아프가니스탄의 지정학적 가치는 매우 높다. 현재 중국은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철수 이후에 생긴 공백을 자신들이 메꾸어 영향력을 확대하고자 한다.  

 

중국과 탈레반, 향후 미래는?

 

우루무치의 중국 군인들

 

아프가니스탄의 정세가 워낙 급변하고 있기 때문에, 아직 미래 관계를 예측하기는 쉽지 않다. 게다가 앞서 소개했듯이 중국-탈레반 양측 모두 협력요소와 갈등요소가 모두 잠재하고 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다만 양측이 협력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많은 난관이 예상되는 것은 사실이다. 근본적으로 중국의 자국중심 패권주의탈레반의 이슬람주의는 상충되는 부분이 많다.

 

일대일로 정책을 예로 들어보자. 일대일로에서 중국은 자국의 은행으로부터 자금을 조달하여, 자국의 자재와 노동력을 이용하여 주변국에 인프라를 건설한다. 이는 중국 입장에서는 고용 확대와 건설경기 회복을 가져오지만, 정작 인프라를 짓는 국가에서는 고용이 발생하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건설 대금은 주변국들이 나중에 중국에 갚아야 하기 때문에 주변국 입장에서는 채무 부담이 급증한다. (이 때문에 일대일로 정책을 고리대금업이라고 비판하기도 한다)

 

일대일로의 문제점과 관련해서는 아래의 기사를 참고하자

 

中 일대일로 '고리대금업' 전락…참여국들 빚더미에 앉았다

中 일대일로 '고리대금업' 전락…참여국들 빚더미에 앉았다, '부채의 덫'에 빠진 참여국 부채 탕감 요구 목소리 커져 한국에도 공공연하게 참여 압박

www.hankyung.com

 

이처럼 중국의 대외전략은 패권주의적인 성향이 짙기 때문에, 폐쇄성이 강한 이슬람 국가들과는 갈등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물론 당장은 쿠데타로 정권을 차지한 탈레반의 입장에서 국제적인 인정을 받는 것이 중요하며, 미국의 원조에 의존해왔던 아프가니스탄 경제 구조상 중국의 달콤한 제안을 거부하기 어렵다. 하지만 이 협력관계가 얼마나 유지될지는 불투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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