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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8월, 현재 중국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단어가 있다. '공동부유 (共同富裕)' 이다. 공동부유는 '같이 잘 살자'라는 의미로 시진핑 주석이 여러 공식석상에서 강조하고 있다. 공동부유는 성장보다는 분배에 초점을 두는 개념이다.

 

 

목차
1. 공동부유 뜻
2. 성장이냐 분배냐?
3. 세계는 왜 공동부유에 주목하는가?

 

 


 

 

공동부유 뜻 :  정부 주도의 부의 재분배

 

 

2021년 8월 17일, 시진핑 주석은 공산당 고위층과 함께한 제 10차 중앙재경위원회 회의에서 '공동부유 (共同富裕)'에 대해 언급하였다. '공동부유'는 정부 주도로 부의 재분배를 실시하겠다는 의미이다. 이는 중국이 개혁개방 이후 40년간 줄곧 '성장'에 초점을 맞췄왔던 국가정책을 이제 '분배'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선언과도 같다. 

 

이 회의에서 공산당 지도부는 공동부유 뜻과 목표를 구체적으로 제시하였는데 다음과 같다.

 

고소득 계층의 합법적 소득은 보장하면서도,
너무 높은 소득은 합리적으로 조절하고,
고소득 계층과 기업이 사회에 더욱 많은 보답을 할 수 있도록 격려해야 한다

 

공산당 지도부의 비교적 온건한(?) 발표에도 불구하고, 공동부유 선언 직후 중국은 물론 전 세계가 들썩였다. 우선 중국 부유층의 소비에 의존하던 사치품 기업 (구찌, 루이비통 등)들은 하루만에 주가가 20% 폭락하였다. 뿐만 아니라 홍콩 증시도 고점대비 20% 이상 하락하였다.

 

홍콩 증시는 외국 자본의 직접투자가 가능하기 때문에 중국 정책에 대한 외부의 반응을 나타낸다고 볼 수 있는데, 발표 직후 증시가 폭락한 것은 중국의 공동부유 정책에 대한 시장의 심각한 우려가 반영되었다고 해석할 수가 있다. 심지어 소프트뱅크 손정의 대표는 향후 중국에 대한 투자를 전면 중단하겠다고 선언하기까지 하였다.

 

하지만 이 글을 독자들 중에서는 '중국은 사회주의 국가인데 무슨 성장 타령인가' 생각이 들 수도 있다. 중국의 성장/분배 논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현대 중국이 지금까지 걸어온 길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중국은 구소련 해체 이후 사회주의 국가들이 속속들이 몰락하는 과정에서 국가의 존폐를 두고 끊임없이 성장과 분배 사이에서 첨예한 논쟁을 펼쳐왔다. 

 

 

 

성장이냐 분배냐? : 공부론과 선부론, 그리고 공동부유

 

마오쩌둥의 공부론 (共富论) : 분배

 

[공동부유] 마오쩌둥

 

1949년 10월 1일, 마오쩌둥은 국민당과의 국공내전에서 승리하고 중화인민공화국을 수립한다. 아시아 최초의 사회주의 국가가 수립되는 순간이었다. 마오쩌둥은 모든 인민들이 계급과 상관없이 평등한 사회를 만들겠다는 비전을 제시하였다. 모두(共)가 함께 부유(富)해지는 사회, 이것이 바로 마오쩌둥의 공부론이 꿈꾸는 사회였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았다. 소련에 비해 공업화가 한참 뒤쳐진 중국은 공평하게 분배할 파이(생산수단) 자체가 부족한 '절대적 빈곤'에 직면하였다. 게다가 평등을 중시하는 사회주의의 특성상 경쟁 유인이 사라져 파이가 커지지 못하는 것도 문제였다. 

 

마오쩌둥은 여러 사회운동을 통해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려고 했다. 15년 안에 영국의 공업력을 따라잡겠다며 추진한 '대약진 운동'과 사회주의 체제에 맞는 새로운 문화를 수립하겠다는 '문화 대혁명'이 대표적이었다. 그러나 마오의 사회운동은 이념만을 앞새운 채 현실성이 결여되어 대기근 야기, 사회질서 붕괴 등 중국사회를 퇴보시키는 결과는 낳았다.

 

결국 마오쩌둥의 사회주의, 더 나아가 공부론 (共富论)은 '절대적 빈곤'이라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한계를 드러내었다.

 

덩샤오핑의 선부론 (先富论) : 성장

 

[공동부유] 덩샤오핑

 

1976년 9월 9일, 마오쩌둥이 사망하고 문화대혁명은 끝이 났다. 마오쩌둥의 후임으로는 문화대혁명 시기 내내 주류세력으로부터 견제를 당했던 덩샤오핑이 권력을 차지하였다. 덩샤오핑은 혼란한 정국을 수습하기 위해서는 '절대적 빈곤'부터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하였고, 이에 자본주의 진영에게 문호를 여는 개혁개방 정책을 실시한다.

 

덩샤오핑의 개혁개방 정책에 있어 중요한 원칙이 바로 '선부론 (先富论)'이다. 공부론과는 반대로 '능력있는 사람이 먼저(先) 부자(富)가 되어 낙오된 자를 돕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다시 말해 일단 파이를 키우는 일(=성장)에 역략을 집중하자는 생각이다.

 

선부론을 앞세운 덩샤오핑의 개혁개방 정책은 중국에 반전의 계기를 마련하였다. 외국 자본을 적극적으로 유치하고, 경제 개발에 집중한 결과 매년 고도의 경제성장을 이룩하였고, 이제 중국은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의 경제대국이 되었다. 

 

그렇지만 경제 성장의 이면에는 '불평등 심화'라는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웠다. 선부론에 따라 능력있는 사람들이 부를 차지하는 데까지는 성공했지만, 이것이 분배로 이루어지지 못하였다. 중국 전역에서 부자와 빈자, 도시와 농촌, 동부와 서부 간에 극심한 빈부격차가 발생하였다. 

 

중국 경제가 발전할수록 사회 불평등은 더욱 심화되었으며, 이제 다시 '분배'의 문제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시진핑의 공동부유 (共同富裕) : 분배

 

[공동부유] 시진핑

 

금번에 시진핑이 제창한 공동부유는 개념적으로 마오쩌둥의 공부론과 큰 차이가 없다. 소득 재분배, 기업의 책무 강조 등을 통해 다시 한번 '분배 문제'에 손을 대겠다는 계획이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현재의 중국은 경제 대국으로 발돋움하여 '절대적 빈곤' 문제는 해결하였다는 점이다. 이에 올해 7월 시진핑은 중국이 모든 인민이 풍족한 생활을 향유하는 '소강사회'를 달성하였다고 발표하기도 하였다. 게다가 과학기술이 발달하여 과거보다 정교한 사회 통제 (혹은 관리)가 가능해졌다. 

 

시진핑은 기존의 경제적 성과 위에서 공동부유를 달성하고자 한다. 이번에 중국에서도 가장 부유한 동네로 알려진 저장성이 '공동부유 시범구'로 지정되었다. 저장성에서 시범적으로 소득 재분배 정책을 실험해보겠다는 것인데, 이는 덩샤오핑의 선전 경제특구를 떠올리게 하는 방식이다.

 

기존의 관례를 깨고 3차 연임이 유력해보이는 시진핑 정부에게 공동부유는 권력의 정당성을 부여해줄 새로운 이데올로기라고 할 수 있다.

 

 

 

세계는 왜 공동부유에 주목하는가?

다시 서두로 돌아가서, 시진핑의 '공동부유' 언급 직후 중국 경제는 큰 충격을 받았다. 이는 시진핑의 공동부유가 중국 경제를 위축시키는 정치 리스크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 공산당은 사회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지지기반이 흔들릴 것으로 보기 때문에 재분배 정책을 강행하고 있다고 봐야한다. 

 

[공동부유]

 

사실 사회 불평등 문제는 중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한국 역시 비슷한 문제를 겪고 있으며, 10년 전부터 경제민주화, 부동산 규제 등 다양한 방식으로 불평등 문제가 정치적 이슈로 떠오르곤 했다. 

 

다만 중국의 공동부유에 주목하는 이유는 이러한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수단으로 다시 국가 주도의 사회주의적 방식을 채택했기 때문이다. 그것도 이미 마오쩌둥 시대에 철저히 실패를 경험했던 중국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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