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문연은 '홍문에서의 연회(鴻門宴)'라는 의미로 초나라 항우가 한나라의 유방을 제거하기 위해 홍문이라는 지역에서 벌인 연회를 뜻합니다. 초한지에서 가장 드라마틱한 에피소드로, 홍문의 회(鴻門之會)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홍문연 줄거리
진나라 말기, 진시황이 죽자 전국은 다시 혼란에 빠지게 됩니다. 난세의 영웅들이 진나라를 토벌하기 위해 일어나는 데, 가장 두각을 드러낸 사람은 항우와 유방이었습니다.
초나라 회왕은 군대를 항우와 유방에게 나누어 주며, 진나라의 도성인 함양을 먼저 점령한 자에게 관중왕의 자리를 주겠다고 약속합니다. 두 사람은 먼저 함양에 입성하기 위해 경쟁하지만, 결국 여러 이유로 유방이 먼저 함양에 도착하게 됩니다. 그러자 항우의 책사인 범증은 항우에게 연회를 열어 유방을 죽이라고 간언합니다.
하지만 막상 연회가 열리자 항우는 유방을 죽이지 못하고 우물쭈물대기 시작합니다. 범증이 항우에게 세 번이나 죽이자는 신호를 보냈으나 항우는 무시하고, 범증은 계획이 틀어질까 염려하여 항우의 사촌동생인 항장에게 연회에서 검무를 추는 척하다가 유방을 베어버리라고 지시합니다.
범증은 검무를 추는 척하며 유방을 베어버리려고 하는데, 이 때 항우의 숙부인 항백이 마찬가지로 검무를 추며 범증을 막아섭니다. 항백은 유비의 책사 장량과 두터운 친분이 있었으며, 유방과도 면식이 있었기 때문에 항우 측 사람이었지만 유방을 구하고자 막아선 것이었습니다.
그러자 장량 역시 상황이 심상치 않음을 느끼고, 유방의 장수인 번쾌를 불러 주군을 구할 것을 명령합니다. 번쾌는 연회에 난입하여 항우에게 유방을 해치려고 하는 수하들의 행태를 일갈합니다. 결국 항우는 유방을 죽이지 못하게 됩니다.
이런 혼란을 틈타 유방은 화장실을 가는 척 잠시 연회를 나와 그대로 줄행랑을 칩니다. 결국 일이 틀어지자 범증은 '항우같은 어린아이랑은 대사를 도모할 수 없다'며 통탄해합니다.
홍문연과 관련된 이야기
홍문연은 에피소드가 너무 드라마틱하다 보니 홍문연 자체가 허구라는 주장도 계속 제기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확실한 건 사마천 <사기>의 항우본기에 홍문연이 기록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사기의 모든 내용을 신뢰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기본적으로 사기의 서술은 신뢰도가 높다고 평가받고 있습니다.
한편 홍문연의 이야기는 너무 유명해서 후대의 인물들에게 언급되기도 하였습니다. 삼국지연의에서 유비가 조조에게 술자리를 초청받아 술을 마시게 되었는데, 관우와 장비가 조조가 유비를 헤칠까 염려하여 술자리를 난입하게 됩니다. 이 모습을 본 조조는 "여기가 홍문연이 아닌데, 어찌 항장과 항백이 필요하겠는가?"라고 언급하기도 하였습니다.
홍문연이 벌어진 홍문은 오늘날 섬서성(산시성) 서안시 임동현 동부에 위치해 있습니다. 현재 이 지역에는 홍문연을 유적지로 꾸며놓아 연회장을 재현해 놓고 있습니다. EBS 세계테마기행에서 해당 지역을 직접 방문하기도 하였는데, 관련 영상은 아래와 같습니다
단가 홍문연가
홍문연의 일화는 후대에 여러 경극이나 작품에서 소재로 활용되었습니다. 한국에서는 판소리로 발전하였는데, 대표적인 것이 단가 <홍문연가>입니다.
단가(短歌)란 판소리를 하기 전에 목을 풀기 위해 하는 판소리에 비해 비교적 짧은 소리를 말합니다. 판소리와 상관없이 독립적으로도 부르기도 하는데, 홍문연가의 노랫말 내용은 홍문연 고사를 다루고 있습니다. 노랫말은 다음과 같습니다.
홍문연가 노랫말
천하(天下)가 태평(泰平)하면 언무숭문(偃武崇文)하려니와
시절(時節)이 분요(紛擾)하면 포연탄우(砲煙彈雨) 만날 줄을 사람마다 아는 바라
진(秦)나라 모진 정사(政事) 맹호독사(猛虎毒蛇) 심하더니 사슴조차 잃단 말가
초야(草野)에 묻힌 영웅(英雄) 질족자(疾足者)의 뜻을 두고
곳곳이 일어날 제 강동(江東)의 성낸 범과 패택(沛澤)에 잠긴 용이
각기 기병(起兵) 힘을 모아 진(秦)나라를 멸할 적에
선입정(先入定) 관중자(關中者)면 왕하리라 깊은 언약(言約)이 어젠 듯 오늘인 듯
어찌타 초패왕(楚覇王)은 당시 세력(勢力) 힘만 믿고 배은망덕(背恩忘德)하단 말가
무죄(無罪)한 패공(沛公)을 아무리 살해(殺害)코저 홍문(鴻門)에다 설연(設宴)한들
하날이 내신 사람 천붕우출(天崩牛出)이라고 벗어날 길 없을소냐
유능제강(柔能制剛) 옛 말씀을 이로 보아 알리로다
위의(威儀)를 살펴보니 백모(白矛) 황월(黃鉞) 장창(長槍) 대검(大劍) 청도(靑刀) 금고(金鼓) 대기치(大旗幟)며
영기(令旗) 방패(防牌) 숙정패(肅靜牌) 주장(朱杖) 능장(稜杖) 사모창(蛇矛槍)을 좌우(左右)로 늘어 세우고
중군(中軍)에 수자기(帥字旗)를 반공(半空)에 높이 치켜 달고
좌상(座上)에 앉은 영웅(英雄) 누구누구 모였던고
녹포홍대(綠袍紅帶) 호수염(虎鬚髥) 팔척장검(八尺長劍) 비꼈으니 역발산(力拔山) 기개세(氣蓋世)라
당시(當時) 호걸(豪傑) 초패왕(楚覇王)은 제일 좌상(座上)에 앉으시고
흑포윤건(黑袍綸巾)에다 옥결(玉玦)을 차시고 창안학발(蒼顔鶴髮)에 표연(飄然)히 앉았으니 가빈칠십호기계(家貧七十好奇計) 신기묘산(神奇妙算) 자부(自負)하던 범증(范增)이가 분명쿠나
홍수남대흑전립(紅袖藍帶黑戰笠)에 얼굴은 관옥(冠玉)이요 풍채(風采)는 반악(潘岳)이라
직결(直潔)에다가 뜻을 두고 육출기계(六出奇計)를 흉중(胸中)에 품었으니 진평(陳平)이가 그 아닌가
동벽(東壁)의 황금전포(黃金戰袍) 황금(黃金) 투구 조대(朝帶) 띠고 좌수(左手)에 홀(笏)을 들고 우수(右手)에 칠성검(七星劍) 두렷이 비꼈으니
의리(義理) 있고 사정(私情) 없는 항백(項伯)이가 이 아니냐
서편(西便)에 앉은 영재(英才) 정신(精神)이 호매(豪邁)하여 장검을 어루만져 기회를 기다리던 홍포은갑(紅布銀甲) 저 장수는 항장(項莊)일시 분명쿠나
위엄(威嚴)이 늠름(凜凜) 살기가 등등하니 이름이 모두 다 잔치라 할망정 어느 누가 두려워 할거나
대장부 평생사업 할 일을 하며 지내 보자
홍문연가 음성
지금까지 홍문연과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들과 단가 홍문연가에 대해 소개하였습니다. 참고로 아래에서 관심있는 태그를 클릭하면 연관 있는 포스팅들을 볼 수 있으니 참고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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